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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가 보는 세상/21세기 경영병법

[전문가 칼럼] 퇴출 피한 대형 저축은행의 '비결'

퇴출 피한 대형 저축은행의 '비결'

직원들 가치관 교육에 주력… 시중은행도 그래서 不正 적어
가치관 결여된 다른 저축은행, 대형 비리에도 내부고발 실종
도둑질하기 너무나 쉬운 업종… 구성원에게 사명의식 심어야


 

 

 

 

 

 

 

전성철 세계경영연구원 회장

 

계속 발발하는 저축은행 사태의 가장 충격적인 점은 그들이 자행한 비리의 규모와 뻔뻔함이 아니다. 정말 놀라운 점은 발견된 저축은행 비리들이 하나같이 직원들의 제보에 의해서가 아니라 금융당국의 조사와 검사에 의해 발견되었다는 사실이다. 그 엄청난 비리들이 저질러지는데 직원들이 전혀 낌새를 못 차렸을 리 없다. 그런데도 아무도 고발하지 않았다. 고발은커녕 일부 직원들은 그 비리를 알고 나서는 도리어 경영진을 협박해 그들 스스로 거액을 갈취했다.

저축은행 사태가 주는 진정한 메시지는 그것이 웅변적으로 보여 준 저축은행 종사자들의 낮은 도덕의식 수준이다. 왜 그 많은 제도적 보완과 호들갑에도 불구하고 저축은행 비리가 끊이지 않을까? 옛말에 "열 순사가 도둑 한 명을 못 잡는다"는 것이 있다. 그렇다. 도둑질을 막기 위해서는 제도보다 사람의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생각이 무엇인가? 바로 가치관이다. 저축은행 비리를 막으려면 먼저 종사자들의 가치관을 바꾸어야 하는 것이다.

가치관은 자신이 하는 일이 진정으로 무엇인가를 가르쳐 주는 생각의 체계이다. 중국 상하이에 발 마사지 집 두 개가 붙어 있는데, 하나는 아주 잘되고 다른 하나는 파리를 날렸다. 잘되는 집주인에게 "왜 당신 집만 이렇게 잘되느냐"고 물었더니 주인이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나는 우리 직원들에게 '당신이 하는 일이 무엇이냐'고 물어 '발 마사지'라고 대답하면 이렇게 말한다. '당신들이 하는 일은 발 마사지가 아니라 에너지를 창출하는 일이다. 우리 집에 오는 사람은 모두 피곤에 절고 지쳐 있는데 당신들의 발 마사지를 통해 다시 에너지를 얻게 된다. 어때 멋있지 않아?'라고." 이렇게 의미와 보람을 느끼게 만들어 주는 생각이 가치관이다.

저축은행 직원들이 자신이 하는 일의 본질이 대출 이자 받아 돈 버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경영진의 비리에 무감각할 것이다. 또 비리도 돈 버는 일이기 때문에 비리의 유혹에 쉽게 넘어간다. 그러나 만일 자신이 진짜 하는 일이 중소기업을 도와 일자리를 만들고 서민의 코 묻은 돈을 불려주어 더 밝은 미래를 꿈꾸게 하는 것이라고 믿는다면 그들의 자세는 달라질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직원이 경영진의 비리를 알게 된다면 그 비리가 자신의 사명을 해치기 때문에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금융업에 종사하는 사람에게는 다른 직업보다 더 큰 사명의식과 가치관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이 직업은 도둑질하기가 너무 쉽기 때문이다. 가치관은 어떻게 넣어주나? 교육을 통해서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저축은행에서 가치관 교육이 극히 드물다는 것이다. 얼마 전 모 저축은행을 인수한 W그룹은 이 저축은행이 창립 후 12년 동안 교육이란 것을 단 1시간도 받아 본 적이 없다고 해서 경악했다고 한다. 저축은행 사태의 진정한 뿌리는 바로 이런 것이다. 대형 저축은행 가운데 예외적으로 이번에 영업정지에서 빠진 H사는 몇 년 전부터 직원들의 가치관 교육에 주력해 왔다. 같은 금융기관인데 저축은행에 비해 시중 은행이 노골적인 비리와 부정이 상대적으로 훨씬 적은 것은 이들이 직원 가치관 교육에 많은 투자를 하기 때문이다.

이번 저축은행 사태도 이렇게 한바탕 난리를 치고 몇 사람 잡아넣고 제도적 보완 좀 하고 끝이 날 것이다. 그러나 저축은행 종사자들의 가치관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는 한 얼마 있지 않아 또 반드시 비리가 터질 것이다. 가치관 없는 저축은행은 사실 생선을 맡은 고양이들이라고 할 수 있다. 아직도 시중에는 90여개의 저축은행이 남아 있다. 저축은행 비리의 재발 방지를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그들로 하여금 먼저 가치관 정립에 매진하게끔 하는 제도이다.

원문보기: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5/20/201205200173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