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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가 보는 세상/21세기 경영병법

[전문가 칼럼] '여사님' 한마디에…청소업체의 비밀

                      '여사님' 한마디에…청소업체의 비밀


 한호택 IGM 교수·김성애 연구원

[IGM과 함께하는 리더의 딜레마 해결]
청소업체 '다스킨' - 돈벌이 아닌 사회를 청소하는 일… 직원들에게 일의 가치 찾아줘
경비·청소 파견회사 '삼구 INC' - 휴식공간 있는 회사에만 파견… 존중받고 일한다고 느끼게 해
일본식당 '테펜' - 모든 종업원에게 CEO의 꿈을 미래에 대한 기대감 심어줘야


◇딜레마

조선회사를 경영하는 나고민 사장은 최근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이직률이 높아져 걱정이다. 들어 보니 고생도 고생이지만 거친 현장 분위기와 육체노동에 대한 대내외적으로 낮은 이미지 때문에 다른 회사나 직업을 찾아 떠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현장 노동자들의 생산성이 기업의 사활과 직결된 업종인 만큼 나 사장의 시름도 깊어졌다. 현장 노동자들에게 자존감도 높여주고 이직률도 줄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없을까?

 

◇해법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지만, 현실적으로 사람들이 기피하는 일들이 있는 건 사실이다. 이를테면 쓰레기를 치워야 하는 일이나, 무거운 짐을 하루 종일 옮기는 일, 힘들고 어렵기로 유명한 택배 배달일 등이 그렇다. 대개 업무 환경이 청결하지 않거나 육체적으로 힘든 일들이다.

이와 같은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종종 고객들을 응대하는 과정에서 무시를 당해 자존심이 상하기도 하고, 자신들이 하찮은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스스로를 별 볼일 없는 존재로까지 느끼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CEO 입장에서는 어떻게 해야 직원들이 보람을 느끼면서 일하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이럴 땐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①일의 의미를 찾아주어야 한다.

일본에서 살아 있는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이나모리 가즈오 일본항공 회장(교세라 창업자)은 직원들에게 현재 하고 있는 일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를 분명하게 말해주라고 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느낄 때 비로소 일할 동기가 생기기 때문이다.

일본의 청소업체 다스킨의 CEO인 스즈키는 항상 직원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고 한다. "우리의 몸이 더럽혀질수록 우리 사회는 더욱 깨끗해질 것이다. 우리의 목적은 돈을 버는 것 이전에 세상을 깨끗하게 만드는 것이다." 또 그는 가맹점을 모집할 때도 돈을 벌기 위해 온 사람들은 돌아가라고 말한다. 그 대신 사회를 더 깨끗하게 만드는 일에 뜻을 모으고 싶은 사람들만 오라고 한다. 이처럼 CEO가 확고한 신념을 갖고 일의 의미를 찾아주니, 직원들은 자신들이 하고 있는 청소 업무가 결코 하찮은 일이 아니라고 느끼게 됐다. 나아가 자신들은 돈벌이 수단으로 걸레질을 하는 게 아니라, 사회에 도움이 되기 위해 청소를 한다는 자부심까지 갖게 됐다. 그 결과, 직원들은 더 열정적이고 즐겁게 일하게 되었고, 이는 다스킨을 불황기에도 매출이 늘어난 일본의 대표적인 청소업체로 성장하게 했다.


②직원들을 우대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삼구INC는 백화점이나 병원 등에 청소와 경비 업무를 아웃소싱해 주는 업체로, 직원 존중을 실현하는 대표적인 기업으로 손꼽힌다. 이 회사는 자사에 속한 직원들이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호칭을 따로 정했다. 환경 미화를 담당하는 아주머니들을 '여사님'으로, 건물 경비를 담당하는 분들을 '선생님'으로 부르기로 한 것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정기적으로 간담회를 열어 직원들의 고충을 듣기도 한다. 나아가 아무 회사에나 직원들을 파견하지 않는다는 것도 인상적이다. 건물 안에 환경미화원들을 위한 쉼터가 제대로 마련돼 있는 곳에만 직원들을 파견하는 것. 이렇게 진심으로 직원들을 대우해 주니 당연히 직원들은 존중받으며 일한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회사에 높은 로열티를 갖고 더욱 최선을 다해 일하는 것도 당연한 결과다.

③직원들의 꿈을 키워줘야 한다.

우리나라에도 진출해 있는 일본 식당 '테펜'의 실내 벽에는 종업원들이 직접 쓴 카드가 수십장 붙어 있다. 여기에는 '최고의 요리사가 되겠다', '5년 뒤에 나만의 가게를 차리겠다' 등 직원들의 다양한 꿈들이 적혀 있다. 테펜은 모든 종업원에게 CEO가 되겠다는 꿈을 심어주고 있다. 그 일환으로 이 식당은 종업원들의 구체적인 꿈과 달성기간을 카드에 적어 손님들에게 공개하게 한 것이다. 그렇게 한 결과, 직원들은 대중에게 공개된 꿈을 실현하기 위해 하루하루 더 의미를 갖고 최선을 다해 일하게 됐고, 이 식당에 가면 유독 활기찬 분위기와 웃음이 가득한 종업원들을 만날 수 있다.

지금까지 얘기한 것들을 시나리오 속 나 사장의 상황에 접목해 보자. 나 사장은 우선 그들에게 지금 하는 일이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지를 말해줘야 할 것이다. 이를테면, "여러분은 세계 최강의 기술력으로 배를 만드는 사람들입니다. 이 배를 통해 세계 무역이 이뤄지고 세계 경제가 돌아갑니다. 나아가 세계 최고의 조선 강국이라는 우리나라의 명예도 바로 여러분의 손으로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라고 말이다.

현장 근로자들을 부르는 호칭을 바꾸는 등 자긍심을 높여줄 방법도 찾아야 한다. 더불어 간담회를 열어 직원들의 고충을 정기적으로 들어보는 등, 직원들에게 평소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직원들이 꿈을 세우게 하고, 그것이 실현 가능하다는 믿음을 불어넣어 줄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현장 근로자들이 힘든 환경 속에서도 미래를 생각하며 기대감을 갖고 현실에 더 충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혹시 당신의 회사 직원들도 사람들이 기피하는 일을 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지금까지 말한 세 가지 방법들을 지금 당장 적용해 보는 건 어떨까.

원문보기: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6/06/201206060202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