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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가 보는 세상/ˇ CEO 경영의 샘

"이대로는 미래 없다" 증권사 신임 CEO들의 생존전략

 

삼성증권 임원들과 영업본부장들에겐 이제 일요일이 없다. 올해 초 취임한 김석 사장이 "한 주간 고객을 만날 준비를 남들보다 하루 앞서 해야 한다" `일요회의`를 운영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어려울 때일수록 `고객 중심 사고`를 하는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경영 철학 때문이다.

김 사장이 최근 영업 담당 임원과 지점장들에게 구두상품권을 선물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른 회사보다 먼저, 더 많이 뛰어 고객과 만나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 증권사 17곳이 사령탑을 교체했다. 특히 10대 증권사 중 8곳의 대표가 바뀌었다. 대부분 1960년대생으로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하지만 이들을 맞이하는 주식시장 상황은 최악이다. 주가 급등락과 극심한 거래 부진, 수수료율 하락 등으로 증권사들은 실적 급감에 시달리고 있다. 이 때문에 신임 사장들은 공개적인 취임 행사나 외부 활동을 생략하고 곧바로 생존 전략 마련에 돌입했다. 또 취임과 함께 단행하던 대규모 조직개편도 미루고 있다.

김신 현대증권 사장이 이 같은 위기감을 "요즘 증권사들 모습은 낭떠러지 폭포를 향해 달려가는 배와 같다"고 표현할 정도다.

현재 증권사의 새로운 사령탑들은 폭포를 피해 배가 안전하게 항해할 수 있는 새로운 항해 노선과 전략을 수립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새로운 전략의 핵심은 `브로커리지 의존도 탈피` `종합적인 자산관리 서비스 완성` `투자은행(IB) 역량 강화`로 요약할 수 있다. 거래 수수료에만 의존하는 수익 구조로는 더 이상 증권업의 미래가 없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김신 사장은 취임 2명의 임원을 외부에서 수혈했다. 성철현 캐피털마켓부문장(전무)을 우리투자증권에서 데려왔고, 최근에는 윤경은 전 솔로몬투자증권 사장을 홀세일부문장(부사장)에 선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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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 인사에 김 사장 전략이 숨어 있다. 성 전무는 채권과 장외파생 분야를, 윤 부사장은 법인영업ㆍ국제영업ㆍ퇴직연금본부 등 3개 본부를 총괄한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이에 대해 "그동안은 수익 비중이 리테일 부문에 쏠려 있었다" "향후 1~2년 안에 장외파생, 채권 그리고 영업 부문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승국 동양증권 사장은 현대증권 공동대표로 일하면서 국제전문가라는 명성을 얻었다. 그의 이력 자체가 동양증권의 새로운 전략을 말해준다.

이 사장은 취임사에서 "지난 4월 캄보디아 증권시장 제1 IPO 성공 사례에서 보듯이 새로운 수익원 창출을 위해서도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남아시아 등 해외 IB를 개척해 새로운 시장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은행 계열 증권사 신임 사장들의 새로운 성장 전략은 `자산관리 부문의 시너지 효과 확대`. 임창섭 신임 하나대투증권 사장이 하나금융그룹 자산관리 부문 부회장직을 겸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임 사장은 하나금융그룹 내 자산관리 서비스를 하나로 묶어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를 위해 PIB(Private Investment Banking) 점포를 확대할 계획이다. 하나금융그룹의 강점인 PB IB를 접목해 개인별 맞춤형 금융 서비스에서부터 법인의 자산관리까지를 한데 아우르는 토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전상일 NH농협증권 사장 역시 NH농협 및 NH농협금융지주와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계열사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자산관리 영업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또 확정 금리와 구조화 상품 등 IB 부문에서 파생된 상품 위주로 특성화 전략을 추진할 계획이다.

강대석 신한금융투자 사장은 취임하자마자 직원 평가 기준부터 바꿨다. 직원을 평가할 때 고객 수익률을 반영하고 우수 직원을 포상하기로 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월별ㆍ분기별로 고객 수익률을 평가해 우수 직원을 포상하고 있다. 직원뿐 아니라 87개 지점을 대상으로 분기별 고객 수익률을 평가해 우수 지점을 포상하고 있다.

이는 리테일과 브로커리지 부문에 편중된 수익 구조를 자산관리 분야로 확대하기 위한 조치다. 신한금융투자 수익의 70%는 소매판매 부문에서 나오는데 이 중 주식 위탁 중개수수료가 70% 이상을 차지한다. 이처럼 수수료에 편중된 수익 구조로는 목표 달성이 힘들다는 게 강 사장의 판단이다.

강 사장은 "잦은 거래에서 오는 수수료 수익보다는 장기 투자로 고객의 수익률을 높여 얻게 되는 이익이 언제나 더 컸다"고 말했다.



◆  중소형증권사는 아직 리테일에 `올인`

중소형 증권사는 대형 증권사와는 다른 방식의 생존 전략을 짜고 있다.

지난 5 25일 승진한 주원 KTB투자증권 사장은 리테일 부문 강화에 승부를 걸고 있다.

증시 거래대금 급감으로 브로커리지 비중을 줄이고 다른 수익원을 찾기 위해 골몰하고 있는 다른 증권사와는 차별된 부분이다.

이미 프라이빗에퀴티(PE)나 자산운용 분야에서 나름의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만큼 리테일 브로커리지 부문을 안착시켜야 종합증권사로 도약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주 사장은 지난해 5개 점포를 신규 개설해 점포 수를 2배로 늘린 만큼 올해부터는 가시적인 성과를 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를 위한 인지도와 접근성 제고를 위해 증권 투자자 전용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개발 중이다.

주 사장이 모토로 내건 `뻔한 증권사가 되기보다는 FUN(즐거움)이 있는 증권사가 되자`는 취지에 맞게 증권 투자자들이 자유로운 의사소통과 투자의 재미를 동시에 맛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김경규 사장이 새로 취임한 LIG투자증권도 공격적 전략보다는 기본에 충실한 생존 전략으로 불황을 돌파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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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증권 관계자는 "중소형사기 때문에 위기 국면에 새로운 사업 모델을 만드는 것은 리스크가 있다고 보고 공격적 채널 확대 등을 추구하기보다는 상품의 질적 개선, 상품 중심의 영업을 펼치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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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철 기자 / 이유섭 기자]

원문보기 :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2&no=4579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