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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블루베리에 정형돈 캐릭터까지…마흔 살 삼립호빵의 `빵빵한 변신`

블루베리에 정형돈 캐릭터까지…마흔 살 삼립호빵의 `빵빵한 변신`

* 삼립호빵, 정형돈

기다렸던 봄이 막상 다가오니, 겨울이 가는 것이 조금은 아쉽다. 겨울에만 만날 수 있는 맛있는 먹거리 때문이다. 그 중 뽀얀 입김을 뿜으며 하얗고 매끈한 피부를 자랑하고 있는 호빵은 겨울만의 먹거리 1호다.언제부터 호빵은 우리와 겨울을 함께해 왔을까?

놀랍게도 호빵은 벌써 마흔 살이 넘었다. 1971년 제빵업계의 비수기인 겨울을 이겨내기 위해 삼립이 비장하게 내놓은 상품이 바로 호빵이다. 호빵이라는 이름은 ‘호호 불어먹는 빵’이라는 의미에서 붙은 것이다.

호빵은 겨울 비수기를 타파할 아이디어 상품이었지만, 처음부터 순탄했었던 것은 아니다. 사실 호빵은 갓 찜통에서 나온 따뜻한 상태로 먹어야 하는데 동네 가게에서 일일이 데워 파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래서 삼립이 함께 개발한 것이 바로 호빵을 데우는 찜통이었다. 갓 찐듯한 촉촉함을 유지하면서 설치나 관리가 쉬운 찜통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삼립의 창업주 허창성 명예회장은 특별팀을 꾸려 산 속으로 들어갔다. 2년여에 걸친 노력 끝에 찜통이 완성되자, 호빵도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갔다. 1970년대 초 보통 빵 한 개가 5원 정도였던 점을 감안하면 20원인 호빵 가격은 무척 비쌌다.

이렇게 남녀노소에게 사랑 받는 국민 간식이 되었지만, 호빵에도 위기가 찾아온다. 1980년대 들어 경제가 급속도로 발전하고 국민들의 입맛이 높아지자 호빵의 옛 이미지가 젊은 세대들에게 거부감을 주었던 것.

이에 삼립은 과감한 호빵 이미지 변신을 시도한다. 당시 “찬바람이 따스하게, 두 뺨을 스치면~”으로 시작하는 친숙한 CM송은 호빵을 국민간식으로 만든 일등공신 중 하나였다. 하지만 삼립은 이 광고를 주저없이 버린다. 대신 당시 최고의 청춘스타 최수종이 등장하는 밝은 이미지의 광고로 젊은 세대에 어필한다. 이 전략은 크게 성공해 새로운 광고가 나간 해 매출을 전년 대비 70%나 끌어 올리는 데 성공했다.

호빵의 위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1990년대 대형마트와 편의점으로 상징되는 유통 혁명은 또 다른 변화를 요구했다. 대형마트에서 여러 개를 묶은 포장 단위로 구매해 집에서 데워 먹는 방식이 보편화된 것이다. 거기다 대형마트에서는 자체 브랜드로 저가형 호빵을 내놓기 시작했다.

삼립은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했을까? 답은 고급화였다. 수험생을 위한 찰떡호빵, 여성들을 노린 블루베리호빵 등 다양하고 고급화된 상품으로 저가형 호빵과의 차별화를 꾀했다. 이와 같은 발빠른 신제품 출시는 최근에도 지속되고 있다. 2011년에는 기존 호빵보다 60% 이상 양을 늘리고 인기 개그맨의 캐릭터를 넣은 ‘정형돈 호빵’을 출시해 호평을 받았다. 삼립호빵은 끊임없는 위기에도 여전히 호빵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꾸준히 사랑 받는 국민상품을 만드는 힘은 번뜩이는 아이디어보다는 끊임없는 변화를 위한 노력에서 나오는 것은 아닐까.

IGM 세계경영연구원
조미나 교수 / 윤경혁 연구원

원문보기: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2032075801